해외 스타트업 모델 분석과 국내 적용 가능성. 오늘은 왜 미국의 식물 구독 서비스 'The Sill'은 성공했을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적어볼 예정입니다.
‘The Sill’의 비즈니스 모델 – 식물도 구독할 수 있다고?
식물 구독 서비스라니, 처음 듣는 사람에겐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The Sill은 바로 그 ‘낯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여,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 방식에 딱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습니다.
The Sill은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월 구독 형태로 집 안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을 파는 플랫폼입니다. 사용자는 온라인에서 식물의 종류, 화분 스타일, 배송 주기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각 식물에는 관리법이 담긴 가이드와 함께 도착합니다. 배송 포장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을 만큼 감성적이고, 제품의 전체 톤앤매너는 ‘힐링’과 ‘공간의 정서적 가치’를 강조합니다.
The Sill의 핵심 BM은 단순히 구독이라는 포맷이 아니라, ‘식물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라는 점에 있습니다. 식물 키우기는 예전엔 어렵고 번거로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The Sill은 이를 정기배송과 미니멀한 설명서, 그리고 친절한 고객 응대 시스템으로 완전히 허물어버렸습니다.
또한, The Sill은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식물 워크숍·클래스·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이로 인해 온라인 고객이 매장으로 방문하게 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생기게 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연결 또한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결국, 이들은 식물 판매가 아닌, ‘반려식물 문화’를 파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소비자에게는 식물이 아닌 ‘정서적 안정’과 ‘공간의 미학’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식됩니다.
The Sill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은 이유는?
The Sill은 단지 ‘식물 구독’이라는 신기한 아이디어 때문에 투자받은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2020년 시리즈 B 라운드에서 50억 원 이상을 유치한 이들은, 데이터 기반 구독 서비스의 가능성과 정서 중심 소비 트렌드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입니다:
①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 재고 관리
The Sill은 고객의 선택 패턴, 배송 지역, 계절 변화, 반품률 등을 분석하여 매우 정밀한 재고 예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신선도 관리가 필요한 품목이기에 재고와 배송 효율이 성패를 가르는데, 이 점에서 기술 기반의 예측력이 큰 신뢰를 주었습니다.
② 감정 중심 소비의 확장성
코로나19 이후, ‘공간을 나답게 꾸미기’에 대한 니즈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식물은 그 중심에 있는 요소로 부상했으며, The Sill은 이 ‘감정 소비’ 트렌드를 정조준했습니다. 마치 디퓨저나 향수처럼, 식물을 감정적 소비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한 전략은 매우 영리했습니다.
③ ESG + 지속 가능성 트렌드 대응
The Sill은 친환경 포장재 사용, 로컬 생산자와의 협업, 재활용 프로그램 등 지속 가능한 가치도 적극적으로 어필했습니다. 이는 요즘 투자자들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브랜드의 윤리성’은 사업성과 직결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④ 구독 모델의 수익 안정성
한 번 유입된 고객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점도 투자 매력 요소입니다. The Sill의 재구독율은 평균 60% 이상으로, 고객 생애가치(LTV)가 높은 비즈니스 구조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구독 서비스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이며, 유니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결국, The Sill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브랜드로서 투자자들에게도 탄탄한 비전과 스토리를 제공했고, 이는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이런 모델은 가능할까? – 현실 진단과 적용 포인트
그렇다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시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건부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The Sill의 모델을 그대로 복제해서는 안 되고, 한국 소비자와 주거 형태에 맞는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① ‘반려식물’ 문화는 분명 성장 중
MZ세대를 중심으로 식물을 키우는 트렌드는 이미 한국에서도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자취생, 직장인들이 ‘정서적 안정’, ‘공간 꾸미기’, ‘나를 위한 소비’의 일환으로 작은 화분을 들이기 시작했죠. 이 흐름은 The Sill이 타깃으로 삼았던 미국 소비자와 매우 유사합니다.
② 문제는 물류 & 관리
한국은 미국과 달리 아파트 중심 주거 구조이고, 식물 배송 인프라는 아직 미비합니다. 특히 여름철 고온, 겨울철 혹한에 따른 배송 중 식물 손상이 많고, 반품 이슈도 민감하죠. 따라서 냉장 보관/운송 시스템, 간단한 식물 관리 IoT 기기, 지역 기반 풀필먼트 협업 등이 병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③ 가격 & 구독 심리의 장벽
한국 소비자들은 ‘구독’에 대해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만, 비정기성 소비에는 여전히 민감합니다. 특히 식물처럼 명확한 필요가 없는 제품군은 브랜드의 감성 설득력이 강하지 않으면 쉽게 구독 전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브랜드 감성 + 정서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구축해야 합니다.
The Sill은 ‘식물을 판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간의 감성, 정서적 위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가치를 팔았기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모델은 분명 매력적이며, 조금만 더 지역 현실과 정서에 맞게 조정된다면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어떤 산업이든 제품이 아닌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