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가격 비교를 넘어선 기술, 바로 '예측'입니다. Hopper는 인공지능 기반의 예측 시스템을 중심으로 OTA(Online Travel Agency) 시장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번시간에는 ‘Hopper’는 어떻게 항공권 예측 기술로 OTA 시장에 도전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OTA 시장의 고착된 질서와 Hopper의 도전
온라인 여행사(OTA)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격히 성장한 산업입니다. Booking.com, Expedia, Skyscanner와 같은 글로벌 OTA들은 항공권, 호텔, 렌터카, 액티비티 예약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며 시장을 선도해왔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항공사 및 숙박업체들과 연동하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아 사용자에게 가격 비교 기능을 제공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예약 편의를 극대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OTA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점차 상향 평준화되었고, 사용자 입장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동되며 예측이 어렵고, 사용자들은 항상 ‘지금 예약하는 것이 최선인가?’라는 불확실성 속에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Hopper는 기존 시장의 허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였습니다. 200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설립된 Hopper는 2015년 모바일 기반의 항공권 예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하였습니다. Hopper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가격 예측’ 기능입니다. 단순히 현재의 가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향후 해당 항공권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지, 혹은 내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지금 예약하세요” 혹은 “조금 기다리세요”라는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의사결정 지원’ 기능에 가깝습니다. Hopper는 사용자가 예매 시기를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기술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모바일 친화적인 앱 인터페이스는 밀레니얼 세대 및 Z세대 사용자에게 강한 호응을 얻었으며, ‘데이터 기반의 똑똑한 여행 예약’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2. 정교한 데이터 기술이 만들어낸 가격 예측의 핵심
Hopper의 기술력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매일 약 250억 건에 달하는 항공권 가격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수집된 데이터에는 과거 수년간의 가격 변동 이력, 성수기와 비수기 같은 계절성 요소, 특정 노선의 수요·공급 패턴, 항공사의 가격 정책 변화, 공휴일 및 이벤트에 따른 수요 예측 등이 포함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을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는 사용자가 항공권을 검색했을 때 실시간으로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서울에서 파리행 항공권”을 검색한다면, Hopper는 해당 노선의 과거 및 현재 데이터를 분석해 ‘앞으로 1~2주 내에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높습니다’ 혹은 ‘가격이 곧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예약을 추천합니다’와 같은 안내 메시지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예측은 통계 기반의 단순 모델이 아니라, 딥러닝 및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한 복합적인 알고리즘에서 도출됩니다. Hopper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 또한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예측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구축한 피드백 루프를 통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예측 정확도는 Hopper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반복적으로 앱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Hopper는 ‘가격 동결(Price Freeze)’ 기능을 통해 기술력을 상업적으로 확장하였습니다.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항공권 가격을 발견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우, Hopper는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며칠간 해당 가격을 ‘고정’시켜주는 옵션을 제공합니다. 이 기능은 사용자에게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Hopper에게는 예측 기반의 수익 창출 모델을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3. 기술에서 비즈니스로: 수익 구조와 생태계의 확장
Hopper의 전략은 단순히 정교한 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 구조를 정교하게 다변화하고, OTA를 넘는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Hopper의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항공권, 호텔, 렌터카 등 기존 OTA와 동일한 방식의 예약 수수료입니다. 둘째는 예측 기반의 부가 서비스 수익입니다. 앞서 언급한 가격 동결 서비스 외에도, 항공편 변경 보장 옵션, 유연한 일정 예약, 취소 보험 상품 등을 유료로 제공합니다. 이들 서비스는 사용자의 여행 리스크를 줄여주는 동시에, Hopper에게는 고정적인 수익원이 됩니다. 셋째는 B2B(기업 간 거래) 모델입니다. Hopper는 자사의 예측 엔진과 예약 시스템을 다른 기업에게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금융사인 Capital One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금융 앱 내에서 Hopper의 기능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을 B2B2C로 확대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Hopper가 단순한 OTA가 아닌, ‘여행 기술 기업(Travel Tech Company)’으로 전환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Hopper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되자, 호텔 예약 서비스와 여행 보험 상품을 강화하였으며, 최근에는 ‘Hopper Cloud’라는 이름으로 항공사 및 호텔 체인에 커스터마이즈된 예약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까지 영역을 확장하였습니다. 이는 단일 앱 중심의 사업 모델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 서비스를 내재화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Hopper는 기술을 단순한 기능으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기술을 통해 고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동시에 새로운 수익 모델로 연결시키는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디지털 시대의 OTA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